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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플레이션의 민낯, 왜 한국만 소금빵이 3배 비쌀까

소소조 2025.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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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한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된 소금빵 한 개가 전국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격은 단돈 990원이었고, 이 파격적인 가격은 한국 사회에 ‘과연 지금의 빵값은 적정한가’라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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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돈 990원 소금빵이 가져온 충격과 논란

서울 성수동에 등장한 팝업스토어 ‘ETF 베이커리’는 단기간 수천 명의 발길을 끌어모으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곳에서 판매된 소금빵이 단돈 990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사람들은 이 가격에 놀라워했고,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 빵의 정체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보통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소금빵은 3천 원 안팎의 가격에 판매됩니다. 이 가격이 이제는 특별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는데, 그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990원짜리 소금빵이 등장하면서 가격에 대한 감각이 흔들렸습니다. 일본에서 소금빵은 대략 1,200원 정도에 판매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가격은 확실히 높은 편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빵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빵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빵플레이션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나 고급화 전략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가격 상승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단순한 신조어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해당 사건 이후, 제과업계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깊은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990원으로는 원가도 못 맞춘다”는 목소리부터, “이런 이벤트가 기존 상점들의 폭리를 오해하게 만든다”는 반응까지, 시장 내부에서의 긴장이 감지되었습니다. 이에 팝업스토어를 기획한 유튜버 측도 사과문을 게재하며 상황을 수습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가격 이벤트를 넘어서, 한국의 빵값에 대한 구조적 문제와 소비자의 인식을 함께 흔든 계기였습니다.

2. 한국 빵값, 정말 비싼가요?

사람들은 체감적으로 빵값이 비싸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도 그 체감은 통계로 입증됩니다. 세계 식료품 가격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식빵(500g 기준) 평균 가격은 3.11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조사 대상 120개국 중 7위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비교해보면 일본은 1.28달러, 프랑스는 약 1.30달러 수준입니다. 심지어 스웨덴이나 캐나다처럼 물가가 높은 국가들보다도 한국의 빵값이 비쌉니다. 베이글이나 크루아상, 소금빵 등 다른 품목들 역시 비슷한 가격 격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순히 재료비만이 아니라, 유통 구조, 경쟁 방식, 인건비, 소비자 기대 등 다양한 요인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급화된 소비 트렌드 역시 일부 작용하지만, 그보다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빵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결국 한국의 빵은 왜 비싼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있는 공급망 구조, 인건비 구성, 유통 단계 등을 모두 살펴봐야 합니다. 가격만을 두고 논쟁하기엔, 그 속에 얽힌 요인이 너무 많습니다.

3. 한국 빵값, 왜 이렇게 비쌀 수밖에 없을까?

전문가들은 한국 빵값이 높은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이들 요인은 서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로 작용합니다.

첫째는 수입 의존도입니다. 밀가루의 경우, 국내 자급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나머지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전량 수입되며, 국제 시세와 환율, 물류비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입니다.

둘째는 독점 구조입니다. 설탕, 유지, 계란 등 주요 제과 원재료는 국내에서 소수의 대기업이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중소 제과점들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재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셋째는 인건비입니다. 빵은 자동화가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제품입니다. 실제로 베이커리 업계의 인건비 비율은 총 원가의 약 29%에 달하며, 이는 식품 제조업 평균의 3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넷째는 복잡한 유통 구조입니다. 원재료는 수입 이후 도매, 납품업체, 소매 유통을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최소 30~40%의 유통 마진이 붙습니다. 동네 빵집들은 대기업처럼 직거래를 할 수 없어, 이 구조에 그대로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지면서, 한국의 빵값은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닌 복합적 구조의 결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4. 프랜차이즈 vs 동네 빵집, 소비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보고 있을까?

한국 소비자들은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의 가격을 일종의 기준선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격은 원가뿐만 아니라, 물류, 마케팅, 점포 운영비, 가맹 수수료 등 다양한 비용이 반영된 복합적 결과입니다.

동네 빵집들은 이러한 가격대를 기준으로 삼지만, 실질적인 원가 구조는 훨씬 불리합니다. 소규모 매장은 대량 구매 혜택도, 유통 협상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드는 비용이 더 높아지는데, 소비자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브랜드 가격과 비교합니다.

결국 프랜차이즈와 동네 빵집 간에는 가격 경쟁력이 아닌, 브랜드 인지도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품질을 따지기보다 브랜드와 가격만 비교하게 되고, 이는 시장 전체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금빵 990원이라는 이벤트는 가격 기준의 상대성, 소비자의 인식, 업계의 유통 구조 등 모든 문제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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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가격이 아닌 구조를 보아야 할 때

990원이라는 가격은 단순한 파격을 넘어, 우리 사회의 빵값 구조를 근본부터 되짚어보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빵 가격은 적정했을까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데에는 숫자 하나면 충분합니다. 소금빵 한 개의 가격이 그렇듯이 말이죠. 이젠 단순히 “비싸다”는 판단보다는, 그 안에 담긴 유통과 비용, 구조와 인식의 흐름을 함께 봐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 한 조각의 빵에는, 단순한 재료와 손맛을 넘어서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요소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시도가 바로 ‘빵플레이션’을 넘어서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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