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앤제리스 창업자의 결단, 유니레버가 침묵을 요구한 이유
벤앤제리스는 단순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윤리적 소비를 실천해온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하지만 최근 공동 창업자 제리 그린필드가 퇴사를 선언하면서 브랜드의 철학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 퇴사 배경과 유니레버와의 갈등, 그리고 벤앤제리스의 미래를 둘러싼 이슈를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1. 아이스크림 그 이상의 기업, 벤앤제리스가 쌓아온 철학
1978년, 미국 버몬트주에서 문을 연 벤앤제리스는 설립 초기부터 남다른 가치를 지닌 브랜드였습니다. 창업자인 벤 코헨과 제리 그린필드는 기업이 단지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제품을 팔면서도 사회와의 연대를 중요하게 여겼고, 실제로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그 철학을 실천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벤앤제리스는 기후 위기 대응, 성소수자 인권 보호, 인종차별 반대, 공정무역 원료 사용 등의 이슈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브랜드는 아이스크림 맛 못지않게 사회적 메시지로 주목받았고, 이를 지지하는 소비자들의 충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벤앤제리스는 사회적 기업이자 활동가의 집합체처럼 느껴질 정도였죠.
이처럼 '사회 참여'를 브랜드의 핵심으로 삼아온 벤앤제리스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거나, 환경 및 인권 관련 비영리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확장과 동시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유니레버와의 인수합병이 그것입니다.
2. 유니레버 인수 이후, 철학과 경영 간의 균열
2000년, 벤앤제리스는 다국적 식품기업 유니레버에 인수됩니다. 당시 계약 조건 중 핵심은 브랜드의 철학적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조항이었습니다. 유니레버는 벤앤제리스의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도 유지되기로 했습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큰 충돌 없이 양측이 공존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유니레버 측은 자사의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맞지 않는 벤앤제리스의 정치적 메시지나 사회 참여 활동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이었습니다.
벤앤제리스는 점령 지역 내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해당 지역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국제 사회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켰고, 이스라엘 및 일부 유대계 단체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니레버는 벤앤제리스의 자율성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고, 창업자들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제리 그린필드의 퇴사 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내부 회의에서 "우리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고 이 회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하며 퇴사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3. 제리 그린필드의 퇴사 선언, 그 배경과 본질
벤앤제리스의 공동 창업자인 제리 그린필드는 최근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습니다. 그의 퇴사는 단순한 경영진 변화가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그는 "벤앤제리스는 사회적 정의를 말할 수 있었기에 특별했다"며, "지금은 그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린필드의 이 발언은 단순히 감정적인 퇴장이 아니라, 회사 내부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유니레버의 영향력 아래에서 더 이상 사회적 입장을 자유롭게 밝힐 수 없다는 점에서, 그는 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표현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의 퇴사 배경에는 수년간 이어진 내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입장은 결정적인 분기점이었습니다. 벤앤제리스는 이 지역에서의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인권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지만, 유니레버는 이같은 행보가 기업 리스크를 초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창업자들은 그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모회사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제리 그린필드는 실제로 수차례 내부 회의에서 "우리는 기업이 아닌 하나의 운동으로 시작했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벤앤제리스가 여전히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있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점점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편, 또 다른 공동 창업자인 벤 코헨 역시 같은 시기 사회적 행동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 의회 앞에서 반전 시위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브랜드가 잃어가고 있는 목소리를 외부에서라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결국 두 창업자 모두 회사 내부에서 철학을 실현할 수 없다는 한계를 마주한 것이고, 그 선택이 하나는 퇴사로, 다른 하나는 사회 운동가로의 변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지 벤앤제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브랜드들이 대기업의 틀 안에서 직면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4. 브랜드의 정체성과 소비자의 선택
제리 그린필드의 퇴사 이후, 벤앤제리스는 과연 여전히 사회적 기업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체성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은 결국 브랜드로서의 존재 이유를 잃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소비자들의 선택도 여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많은 이들은 단지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뿐 아니라,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과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해 구매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벤앤제리스는 오랫동안 그런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창업자가 떠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퇴사의 이유가 사회적 철학의 훼손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는 더욱 깊습니다.
유니레버는 현재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 전체를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는 일종의 수습 전략으로 해석되지만, 벤앤제리스의 정체성이 이 과정에서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독립성 없는 사회적 브랜드는 결국 공허한 껍데기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기업의 철학은 제품보다 오래 간다
벤앤제리스 창업자의 퇴사 선언은 단순한 내부 인사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기업 철학과 자본 논리가 충돌할 때, 브랜드가 얼마나 쉽게 방향을 잃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벤앤제리스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금 이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외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가 약속해 온 가치를 다시 되돌아보고, 그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소비자들 역시 브랜드의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보고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기업은 결국 사람들이 믿고 기대하는 철학과 가치 위에 세워집니다. 벤앤제리스가 진정한 사회적 브랜드로서 다시 서려면, 그 철학을 단지 기억이 아닌 실천으로 되살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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