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에도 빠진 HSBC·맥쿼리, 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난 진짜 이유
2024년 3월 말, 한국 증시는 공매도 거래를 다시 허용했습니다. 제도 개선과 전산 시스템 도입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합법적인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었죠. 하지만 HSBC와 맥쿼리, UBS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거래 재개를 거부하거나 시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제도는 준비됐다고 하는데, 정작 중요한 플레이어들은 발을 빼고 있는 이 상황.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공매도란 무엇이며, 왜 자주 논란이 되는가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실제로 가격이 떨어지면 더 싸게 사서 되갚는 방식의 거래입니다. 말만 들어도 꽤 정교한 전략 같지만, 문제는 실전에서 이게 생각만큼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과거 불법 무차입 공매도나 대형 외국계 증권사의 편향된 정보 활용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자리잡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공매도는 언제나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제도 중 하나입니다. 한쪽에서는 시장의 건전한 가격 조정을 돕는다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대형 기관만 이익을 보는 불공정한 방식이라고 주장합니다.
2023년에는 금융위원회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그 배경에는 외국계 IB들이 한국 규정을 위반하고도 적절한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여론의 압력이 있었죠.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개인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외국 자본 입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시장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HSBC와 맥쿼리는 한국 시장을 떠나는가
금융당국은 공매도 거래의 전산화와 규제 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신했지만, HSBC와 맥쿼리는 이 방침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이들 기관이 아예 공매도 거래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입니다.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 시점에 주식 차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수십억 원의 예산과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HSBC나 맥쿼리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에서의 거래 규모에 비해 투자해야 할 자원이 과하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하나의 핵심 요인은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2023년 말, 금융당국은 하루 만에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5개월 후에는 다시 제도를 재개했죠. 이렇게 단기간 내에 정반대의 정책을 펼치는 시장은, 글로벌 자본 입장에서 볼 때 신뢰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HSBC는 과거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1심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조사 과정에서 위법 사실을 일부 인정했고, 결국 과징금을 납부하게 되었습니다. 맥쿼리 역시 금융당국과 갈등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규제가 과도하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결국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한 발 물러나게 만든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매도에 남은 IB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왜 남았는가
반면 공매도 재개와 함께 거래를 시작한 IB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JP모간,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메릴린치, 바클레이즈, 제프리즈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요구한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거나, 제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곳입니다.
씨티그룹도 공매도 등록번호를 발급받은 상태이며, 내부 테스트를 거쳐 조만간 거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일부 글로벌 IB가 참여하면서 제도가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도 많습니다. 실제로 공매도 시장에서 HSBC나 맥쿼리의 비중은 전체의 0.7%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이들이 시장에 주는 심리적 파장은 단순 숫자 이상이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특히 유럽계 IB들은 페널티에 민감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향후 제도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복귀 시점은 더욱 늦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일부 대형 IB가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제도가 큰 무리 없이 작동하고 있지만, 향후 전체 참여도가 낮아진다면 공매도 제도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정책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한국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것
공매도는 결코 쉬운 제도가 아닙니다. 그 특성상 개인 투자자와 기관 사이의 정보 격차, 거래 속도 차이 등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가격 왜곡을 방지하고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공매도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뢰입니다. 거래의 합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정책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한국 시장에서 떠나는 것은 단순한 손익 계산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은 정책 결정의 일관성, 법적 리스크, 시장의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매도 재개가 단지 거래 재개를 넘어선, 시장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대화와 소통을 이어가며 유연한 접근을 한다면, 글로벌 자본도 한국 시장을 다시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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